2013년 1월 23일 수요일

'다르다'와 '틀리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말 중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르다'를 '틀리다'로 쓰는 것이다.

다르다
[형용사]
  • 1.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 2.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틀리다
 [동사]
  • 1.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 2.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명백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음에도 혼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뜬금없이 운동하다가 이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내 생각을 풀어보자면 이러하다.
 이 흔한 혼동은 우리의 '다수에서 벗어난 다름(즉 소수)은 틀린 것이다'라는 문화적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전례없는(unprecendented) 빠른 사회 변화를 겪었고 불가사의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많은 역사적, 사회적 요인들에 기인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특유의 '우리' 민족성에 그 원인이 있는 듯 하다. 옛부터 대한민국 국민(여기서 내가 '우리나라'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곧 설명할 '우리'문화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은 한글을 사용하면서 '나의my'라는 단어보다 '우리our'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우리가족, 우리집, 우리학교, 우리나라... 
이는 옛부터 공동체를 중시하던 농사중심 유교문화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농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마을 공동체 속에서 여럿이 힘을 모아 같이 농사지으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감을 증진시켰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외세에 둘러쌓인 우리나라를 외세로 부터 지킬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었고, 한국전쟁 후에 빠른 경제발전을 통한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강한 공동체 의식을 통한 교육문화, 기업문화는 국가가 의도한대로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고, (논란의 여지가 물론 있고 어느부분에 있어 비난 받기까지 하는) 대기업 중심의 강한 사회발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공동체 문화가 강조되면서 '공동체와는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는 '틀린'것 즉, 삶에 있어서 정답이 아닌것이다' 라는 생각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화로서퍼진 것 같다. 학교에서는 한가지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문항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였으며, 남성들은 '군대'라는 절대적 복종의 '공동체'집단을 통해 그 의식을 확고히 하였다. 대중문화, 스포츠, 미디어 등은 '대중'이라는 말을 강조하기에 충분하였고 마치 이 '대중'에 속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의식을 퍼트려왔다. (최고의 대중스포츠로 떠오른 '프로야구'는 전두환 정권시절 국민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출범한 사실은 공공연히 밝혀진 사실이다.) 다수와는 '다른'생각, 행동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잘못되었다, 틀렸다'라는 말로 낙인 찍어오는게 지금 현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이 강조했던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옛 광고 카피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Winner takes it all'
 승리자가 모든 것을 차지 한다. 여기서 승리자는 대중사회에서 즉 같음 속에서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을 의미하며, 이에 벗어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수는 아예 경쟁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는다.
 미프로야구는 어떠한가.
미프로야구 1부리그는 'MAJOR league'라고 하며, 2부리그는 'MINOR league'라고 한다. 메이저리그는 세상모든이들의 칭송을 받지만 마이너리그는 말 그대로 소수의 리그,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리그, 메이저(대중)리그를 위한 길목의 리그 일 뿐이다.
 
우리나라 말에서 흔한 혼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봤지만 결론은 전 세계 현대 사회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대중에 속하지 않는, 다수와 다른 소수는 결국 틀린 것이다'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혼동하는 단어들이겠지만 이 단어혼동의 문화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듯 하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불안하며, 그러한 '흔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다른'것들을 생각하기엔 우린 '틀린'것을 하지 말라며 교육받고, 또 인생은 '다름'을 추구하기엔 먹고살기 바쁜 곳이다라고 은연중 세뇌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러란 법은 없다. 관례라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며 그 새로운 것이 또다른 '관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관례'를 만들어보자.
 "나는 남들과 다르다. 하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글 재주가 부족하여 이 정도밖에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겠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이 책을 쓸 때 단 2번만에 글을 다 썼다고 하는데 그의 발끝에 미치기라도 하는글을 쓰기엔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쓴 이 글이 단 한명에게라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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